[드라마 리뷰]'나의 완벽한 비서'와 '옥씨부인전', 능력자 여주와 서포터 남주라는 점만 빼고 다른

2025. 1. 16. 19:14문화노트/드라마 감상

'나의 완벽한 비서' 포토 출처 -SBS- 옥씨부인전 포토 출처 -Jtbc-

 

지난 주말 즈음에 4화를 몰아서 본 <나의 완벽한 비서>,

그 제목 안에 이 드라마의 특징이 모두 들어 있었다.

나는 드라마를 많이 본 편은 아니라 자연히 동 시기에 나온 <옥씨부인전>과 비교할 때 <나의 완벽한 비서>는

 

보기 드문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고 있지만 일하는 모습은 친숙하기도 한 지윤


1. ‘나의’: 매우 개인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다.

물론 작중 한국 2위 헤드헌터 회사의 대표라는 강지윤(한지민)이 비범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윤 같은 사람이 현실에 없는 아니고, 무엇보다 회사 내에서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요즘 대표답게 제일 바빠보일 정도로 스스로 뛰어다닌다. 

그런 모습이 마치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 같아서 애환에 공감이 간다.


자연히 요즘 우주로 나가는 <별들에게 물어봐>는 물론이고 조선시대의 변호사라는 ‘외지부’라는 낯선 소재에 계급갈등에 퀴어까지 건드린(정확히는 건드리다 만)‘옥씨부인전’ 보다 훨씬 나라도 겪을 만하고 공감이 가는 사적인 이야기이다.
그래서 ‘적응’부터 해야하는 앞선 드라마들에 비해 훨씬 공감하고 로맨스에 몰입하기 좋다.

 

 

남자가 봐도 완벽하지만 억울한 사연이 있는 은호


2. ‘완벽한’: 말 그대로 작중 완벽남이 주인공이며 ‘완벽함’으로 쉽게 요약이 가능하다.

'나의 완벽한 비서’와 ‘옥씨부인전’의 가장 큰 공통점은 ‘능력 있는 여자 주인공과 조력자 남자 주인공’이다.
두 드라마의 여주인공 지윤과 옥태영(임지연)은 각각 직업인 헤드헌터와 옥지부에서 작중 최고 수준의 능력을 발휘한다.
하는 일마다 잘 완수해내고 만약 실패한다면 그건 능력 부족이라기보다 예기치 않은 주변의 방해 때문이며 무엇보다 본인들 직업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진 프로페셔널이다.

하지만 둘 다 그런 모습만 보여줬다면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윤과 태영 모두 과도한 업무에 지쳐있고, 그들의 능력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변에 음해 세력이 있으며,
그들 중 가장 치명적인 악역은 여주인공들의 과거 사연을 물고 늘어지며 그들의 잘못도 아닌데 억울한 그들을 위협한다.

남주인공 유은호(이준혁)와 송서인(추영우)은 그런 여주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버팀목이 되어주지만 양상은 조금 다르다.
은호는 비서로서 그야말로 완벽한 능력을 발휘한다.
지윤의 업무보조는 물론 서투르던 정리정돈과 건망증 까지 커버해주고, 성깔 있는 지윤의 여러 투정도 받아준다. (잘생긴 외모로 힐링도 해주고)

서인 역시 자세한 내용은 스포지만 태영의 외지부나 집안일을 챙기는 것을 희생적이랄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잘 도와준다.
하지만 ‘완벽함’과도 거리가 멀고 따지고 보면 굉장히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좋게 말하면 성장형 인물이지만, 처음에 그는 철없는 양반집 도령에 불과했고 그나마 답답하다며 집을 뛰쳐나왔으며(출생의 비밀이 있는데 별로 강조도 안 됐고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소설과 공연 모두에서 천재라는데 연출상 그리 눈에 띄지 않고 그게 태영의 일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은호가 ‘완벽한 비서’라는 말로 쉽게 요약이 되어 역시 지윤과의 로멘스에 집중하게 해 준다면,
서인은 여기서 설명하지 못한 특성들(1인 2역, 태영과 나눈 여러 비밀들)까지 덧붙여져 설명이 쉽지 않은 인물로서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3. ‘비서’: 인 은호가 적어도 더블 주인공의 비중이다.

제목인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주어인 ‘나’는 지윤이지만 또한 시청자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청자는 지윤에 공감하는 동시에 대상이자 비슷한 비중을 가진 은호를 흐뭇하게 바라보게 된다.
은호가 철벽 같던 지윤의 마음을 허물어 뜨리는 것을 보며 ‘얼마나 재밌는지 보자’하고 팔짱 끼고 바라보던 시청자들의 마음도 녹아내린다.
이는 물론 앞서 말한 동시대의 공감하기도 이해하기도 쉬운 주인공들의 성격도 한몫한다.

한편 ‘옥씨부인전’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옥태영이며 조력자의 포지션은 여러 인물들에게 나눠지고 자연히 서인의 비중은 줄어든다.
지윤에게 ‘조력자’하면 은호가 떠오르는 데 반해, 태영에게는 진짜 남편인 윤겸부터 시동생 도겸, 미령, 김씨 부인, 어사 나으리, 여러 노비들과 성소수자 공동체 등등 여러 조력자들이 있고 그들 모두가 필요하지만 또 너무 많아서 중간중간 여러 방법으로 퇴장시킬 정도이다.
물론 지윤의 일도 부하 직원들이 도와주긴 하지만 태영의 노비들 정도의 비중이 될까 말까이다.
태영 주변에 조력자가 많아진 이유는 ’나의 완벽한 비서‘ 보다 극이 더 많이 진행돼서도 있지만, 여성인 태영에게 여러 제약이 있는 시대적 배경에다가 앞서 말했듯 여러 가지 굵직한 주제들로 판을 벌여놓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옥씨부인전‘의 계급이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는지와는 별개로, 어떻게 이런 소재들을 발전시킬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후반을 바라보는 마당에 요약하면 결국 ’나의 완벽한 비서‘와 별 다를 것 없이 “부패한 상부 혹은 라이벌과 과거의 약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러 소재들은 산만한 동시에 꽤나 심각하기까지 해서 태영 스스로도 생각하듯 시청자들이 ’얘들이 이렇게 꽁냥 거릴 때인가?!‘ 싶고 로맨스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나의 완벽한 비서‘라고 완벽한 드라마라는 것은 아니다.
아직 극 초반이라서 앞으로 어떤 결점이 드러날지 모르고
내가 드라마 초보라서 잘 모를 뿐 고수들이 보기에는 익숙한 클리셰도 많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능력이 좋은 동시에 입체적이고 공감할 만한 결점도 있는 게 좋다고 보는데
’완벽한‘ 은호가 앞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계속 붙잡아 둘 만한 입체성을 보여줄지 걱정되면서도 기대도 된다.

내가 이러쿵저러쿵해도 결말까지 계속 보고 있는 ‘옥씨부인전’과 함께 ‘나의 완벽한 비서’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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