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하나의 진실된 마음도 충분했을 것을...

2025. 1. 12. 00:00메모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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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괴물>은 호숫가에서 토치 라이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아이와 멀리 한 대형 빌딩에 화재가 난 모습으로 시작해서 이후 주인공 미나토의 어머니 사오리와 담임 호리 선생, 미나토 세 명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토치를 들고 있던 아이는 누구일까? 그가 건물에 불을 지르는 악행을 저질렀을까? 그렇다면 왜?

이런 의문과 함께 미나토와 그와 같은 반에서 이지매를 당하고 있는 친구 요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의 주요 스토리다.

하지만 그 둘과 다른, 사오리와 호리 선생님의 시점에서 극이 시작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오해와 미스터리가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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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사오리의 시점
사오리는 남편과 사별하고 초등학생 미나토와 함께 친구처럼 친밀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미나토와 함께 앞선 불구경을 하던 미나토가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던진다.

 

"돼지 뇌를 이식받은 사람은 인간일까요, 돼지일까요?"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사오리는 이후 미나토가 점점 더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고 느낀다. 머리카락을 자해하듯 자르거나, 신발 한 짝만 신고 돌아오는 등. 나아가 밤늦게까지 집에 오지 않더니 하루는 폐쇄된 철도 터널에서 혼자 "괴물은 누구게?"라고 외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그런 미나토를 억지로 데리고 차를 태워 돌아오던 중 그가 갑자기 달리는 차의 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소스라치게 놀란 사오리가 미나토를 병원에 데려와 CT 촬영을 하지만, 미나토는 갑자기 "나는 돼지 뇌를 가졌어!"라고 소리치며 달아나기까지 한다. 그런 그를 붙잡고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물어보자 "호리 선생님"이라고 대답한다.

이에 사오리는 호리 선생이 미나토를 학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 위해 찾아온 학교에서 사오리는 교장과 호리 선생을 비롯한 모두의 형식적인 대응에 실망한다.

손자가 사망했다며 영혼을 잃은 듯한 교장, 지나치게 과장해서 사과하여 말도 못 꺼내게 만드는 교직원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겠다는 듯 웃음을 흘리고 사탕을 깨물어 먹기까지 하는 당사자 호리 선생까지 마치 부조리극을 보는 듯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에 사오리가 화를 내며 호리 선생이 아이를 학대했다고 다그치자 그는 오히려 미나토의 학교폭력을 주장한다.

사오리는 일순 당황하지만 호리 선생의 말을 믿지 않으며 끝까지 그를 비난한다.

 

하지만 사오리는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에 미나토의 방을 살펴봤다가 토치 라이터를 발견한다.

그리고 요리의 집을 방문해 의문점을 확인하던 중, 요리의 팔에 있는 화상 흔적을 보게 된다.

다음 날, 요리는 호리 선생의 폭행을 증언하고, 호리 선생은 교직을 사임한다.

 

여름이 되고, 미나토는 꿈에서 본 아버지와 환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언급한다.

폭풍우 치는 다음 날 아침, 미나토가 사라지고 당황하는 사오리에게 누군가 미나토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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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호리 선생의 시점
  시간은 사오리의 시점과 비슷한, 미나토가 이상한 행동을 시작할 때 즈음으로 보인다.

호리 선생은 죠호쿠 초등학교에서 미나토의 담임이자 새로 부임한 신임 교사다. 결혼을 하고 싶은 여자친구가 있으며 특이한 취미는 출판사에 오탈자를 찾아 정정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깐깐하고 집요한 구석이 있는 그의 성미를 보여준다. 

 

그리고 호리 선생의 학교에서의 일들이 제시됨에 따라 아동학대 혹은 학교폭력으로 갈렸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하루는 호리가 미나토가 교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을 말리다가 실수로 팔을 그의 코에 부딪혀 피가 나게 하게 된다.

동료 선생들은 이 사건을 보고하라고 하지만 호리는 이를 그냥 넘기고, 그의 여자친구는 얘기를 듣고 미나토가 편모 가정에서 과보호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호리는 자신도 편모 가정 출신이라며 미나토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인다.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앞선 사오리의 시점에서와 달리 요리가 아이를 학대하지 않는 선생님임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가 아이들의 사정을 성심성의껏 살피지는 않으며 이를 비롯해 빈틈이 있는 그의 대응이 이후에 문제를 야기함을 보여준다. 

이후 그는 미나토와 같은 반 아이 요리가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미나토가 가해자일 것이라고 넘겨짚은 것이다. 

 

  이후에 미나토의 말을 듣고 호리 선생의 아동학대를 의심하며 학교에 찾아오는 사오리에 대해 처음에는 학교 측에서 호리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말고 조용히 넘어가라며 만나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결국은 사오리와 대면하게 될 때 오히려 미나토가 학교폭력의 범인이라고 알고 있고 앞선 학교측 대응의 보조리함도 인지하던 그는 이 상황이 자조적으로 웃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상황에 더해 요리의 폭행의 주범이 호리라는 증언까지 나오자 그는 학교와 학부모 모두의 압박을 받고 교사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후 호리는 주간지에 폭력 교사라는 기사가 실리고 여자친구마저 떠나자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

자신이 잘린 학교에서 미나토에게 막무가내로 찾아가 자신의 잘못이 없지 않으냐고 따지자, 미나토는 두려워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가 미나토가 계단에서 넘어지자 다른 학생이 호리 선생이 밀었다고 소리친다.

호리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허탈하게 웃으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학교 옥상에서 투신하려 하지만, 결국 뛰어내리지 않는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그날, 상심에 젖어있던 호리 선생은 아이들이 썼던 장래 희망 작문을 우연히 발견한다. 그리고 작문 전체가 요리와 미나토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암호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들이 특별한 관계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길로 찾아간 미나토의 집 앞에서 그는 사오리와 마주치고, 두 사람은 미나토를 찾기 위해 폐터널로 향하게 된다.

 

두 사람은 산 쪽으로 가면 죽는다는 인부의 경고도 무시하고 폭풍우를 뚫고 폐터널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터널의 끝에서 토사에 파묻힌 채 옆으로 쓰러진 폐기차를 발견하고 아이들을 애타게 찾는다. 

 

3장: 미나토의 시점

  미나토의 동급생 요리는 평소 행동이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다른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그럼에도 늘 밝은 얼굴을 유지하고 있다. 미나토는 요리와 조금씩 친해지고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 앞에서는 아는 척하지 말라고 하며, 둘만 있는 장소에서 요리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자 질색을 하고 집에서 머리를 자르기도 한다. 

 

이후 남자아이들 무리가 요리의 책상에 칠판지우개로 분필가루를 털며 괴롭히며 미나토에게도 이를 시키자 그는 마지못해 지우개를 받아 들고 먼지를 턴다. 그때 같은 반 여자아이들이 요리의 책상을 치우는 것을 도와주자, 남자아이들은 요리에게 여자아이들을 조롱하라고 강요하지만 요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부한다. 그러자 남자아이들이 요리를 더욱 심하게 괴롭히고, 미나토는 그런 상황을 참지 못해 난동을 부린 것이다. -요리 선생이 말리며 그를 폭력적이라 생각했던 사건의 이면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그렇게 미나토가 남들 보는 앞에서는 적당히 괴롭힘에 가담하는 일이 반복됨에도 요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와 친하게 지낸다. 

그들은 폐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폐기차를 둘만의 비밀 아지트로 삼고 놀고는 한다. 

요리는 미나토에게 자신이 돼지의 뇌가 되는 병에 걸렸지만 아버지가 낫게 해 줄 것이라고 말하며, 또 팽창하던 우주가 언젠가 터지고 만물이 다시 태어나는 '빅 크런치'가 올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자고 폐기차 내부를 꾸미고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미나토는 요리와의 정서적 유대가 깊어짐을 느끼고 티격태격 대다가 한 번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당황하며 요리를 밀쳐내고 그 감정을 거부하려 하기도 한다. 

 

  이후 다시 요리의 괴롭힘 사건이 있은 후 미나토는 우울하게 아지트에 먼저 가서 그를 기다리다가 누군가가 다가오자 요리인 줄 알고 둘이 하던 놀이 대로 신나게 "괴물은 누구게?"라고 말하지만 그는 엄마 사오리였다. 

이후 미나토는 요리의 집에 직접 찾아가지만, 요리는 아버지와 함께 나오며 자기 병이 다 나았고 전학을 갈 것이라 전한다. 그가 "좋아하는 여자애도 생겼다"라고 말한 후 문을 닫자 미나토가 우울하게 돌아서려는 때 요리가 다시 나와 "미안, 거짓말이야"라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끌려가고 호통소리와 샤워기 소리가 들려온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미나토는 요리의 집에 찾아가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은 듯 욕조에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한다. 둘은 함께 폐기차 아지트로 가서 빅 크런치를 기다린다. 하지만 폭풍우가 그치고 둘은 자신들이 살아있다고 느낀다.

원래 닫혀 있었던 철교가 활짝 열려있고, 사람은 맑은 하늘 아래에서 그곳을 향해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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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괴물>은 상실, 고통, 우정, 자아 탐색, 그리고 제자와 이성, 자식에 대한 다양한 사랑과 특히 동성애의 주제를 다루며, 각 인물의 시점에서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결말에서 미나토와 요리가 결국 사망했는지도, 빌딩에 불을 지른 사람이 누구인지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는 열린 엔딩이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밝혀지는 것이 주제를 전달하는데 중요하지는 않다. 

 

내 어릴 적도 종류는 다르지만 괴로운 일이 많았고, 여러 사람들의 오해가 쌓여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아픔은 어느 하나의 대상의 탓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상황이 겹쳐져 일어난 복잡한 것들이라 이해할 수도 누구에게 도움을 처할 수도 없었다. 어른이 돼서는 그래도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데 어릴 적에는 좀 더 힘들었다.

괴물은 그런 아이의 대상을 특정할 수 없는 아픔을 여러 인물들의 시각을 겹쳐서 드러낸다. 그 고통의 원인은 누군가에게 특정할 순 없지만, 다시 말해 모두에게 있었다. 엄마와 아빠와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과 다른 아이들, 이웃들에게도. 

그리고 그들이 아이에게 주는 고통의 원인은 그들 각자의 고통과 고민이 있기도 했다. 한부모 어머님과 관료제 하에서 희생되는 선생님, 그리고 그 관료제의 선두에 있지만 아무 힘이 없는 교장 선생님 같이. 그래서 플라톤의 격언이 떠올랐다. "모두에게 친절하라, 우리가 만나는 모두 각자의 힘든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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