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분석]캐릭터와 스토리 1-3. AI와 빅데이터의 시대에 신화가 주는 메세지

2025. 1. 29. 23:42컨텐츠 분석가

 

 

(좌)릭 설의 그림에서 불을 전하는 프로메테우스 (우)루브루 박물관의 천장화에서 추락하는 이카루스

서론: GPT와 테슬라 봇의 시대, 신화에 가치가 있을까?

우리는 지금까지 신화가 현대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옛날 이야기인 신화가 현대에 어떤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의문의 이유는 신화가 옛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학을 통해 보다 객관적으로 세상에 대해 설명하고 무지와 공포, 경외가 사라져가는 현대에 쓸모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오랜 역사 속에서 기술의 발전을 신화적 서사로 치환해왔습니다.

불의 발견은 신의 축복이었지만 너무 높이 날거나 해의 힘을 가지려는 욕심은 경원시 되어 징벌을 받았죠.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시대에 들어선 지금, 우리는 다시금 신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해석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서사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유발 하라리의 Homo Deus에서 언급된 데이터 종교(Dataism)와 함께, 기술 발전이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요소로 묘사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두려움이 ‘테크노포비아’라는 현대적 신화로 변형되고 있다.


1. 테크노포비아: 현대적 가면을 쓴 신화

테크노포비아(Technophobia)는 단순한 기술 혐오를 넘어, 인간이 기술로 인해 존재론적 위협을 받는다는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신하고, 심지어 인간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라리는 Homo Deus에서 인간이 점차 알고리즘에 의해 ‘읽혀지는 존재’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하라리, Homo Deus, p. 87). 개인의 감정, 결정, 행동이 데이터화되면서 인간은 자유의지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겨납니다. 이는 과거의 신화가 신적 존재의 개입으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었다고 믿었던 것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신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신화적 서사와 테크노포비아의 관계

신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 중 하나는 ‘금단의 영역을 넘는 인간’과 그에 따른 ‘응징’입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친 대가로 끝없는 고통을 겪었듯이, 오늘날 인류는 기술의 힘을 탐닉하며 그에 대한 응징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을 넘어서는 AI와 알고리즘이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낍니다(유발 하라리, Homo Deus, p. 143).

 

 

2. 데이터교의 발흥: 정보는 새로운 신이 될 것인가?

데이터주의(Dataism)는 하라리가 Homo Deus에서 강조한 개념으로, 정보와 데이터 흐름이 인간의 의사결정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사상입니다(하라리, Homo Deus, p. 200). 그는 데이터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최대의 죄’라고까지 말합니다.

고대 종교가 신의 뜻을 해석하고, 인간이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데이터교 역시 인간의 개별적인 판단보다 거대한 데이터 흐름이 더 정확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하라리, Homo Deus, p. 218). 이런 흐름에서 인간의 개별적인 존재는 점차 희미해지고, 우리는 단순한 정보 처리 시스템의 일부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 시스템에서도 감지됩니다. 하라리는 인간이 더 이상 ‘고유한 존재’가 아니라 알고리즘적 패턴의 일부로 해석된다고 설명하며, 이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전통적인 개념을 뒤흔드는 혁명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하라리, Homo Deus, p. 245).

 

 

3. 포스트휴먼 세상에서의 ‘영웅의 여정’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개념은 신화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으로, 인간이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고 변화를 겪으며 궁극적으로 더 강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데이터의 시대에서 영웅의 여정은 전통적인 형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영웅들은 물리적인 도전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건너고, 프로메테우스가 신과 맞섰듯이, 전통적인 서사에서는 인간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초지능 AI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캠벨,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p. 73).

데이터가 곧 ‘신’이 되는 시대에서 영웅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하라리는 인간이 점점 더 데이터에 의존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모순을 지적합니다(하라리, Homo Deus, p. 288). 인간은 이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도전을 경험하기보다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여정을 수행해야 합니다.


마무리: 인간은 어디로 향하는가?

테크노포비아와 데이터주의, 그리고 포스트휴먼 시대에서의 영웅 서사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철학적, 윤리적 도전 중 하나입니다. 과거 신화 속에서 인간은 신을 두려워하면서도 신과 맞서 싸우며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데이터 신’과 타협해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영웅 서사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받아들이되, 그 흐름 속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결정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단순히 기술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새로운 영웅의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현대 신화의 진화이며, 우리의 여정이 끝나지 않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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