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대도시의 사랑법, 제일 재밌던 챕터는 역시 <재희>. 하지만 제일 인상 깊었던 마지막 <늦은 우기의 바캉스>에 대해 feat. 드라마 버전 단평

2025. 1. 12. 22:58문화노트/독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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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TV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5-6화 예고편에서

우리 말고도 모두가 웃고 있었고 술에 취할수록 모든 게 괜찮아져버린 우리는 서로를 안은 채 밤공기를, 자꾸만 흐려지는 방콕의 야경을, 그 뜨겁고 촉촉한 공기를, 순간의 모든 것들을 다섯살짜리 꼬마처럼 즐겼다.
(270-1p)

(규호와 함께 여행 온 방콕에서 난데없는 폭우를 만나 정처없이 배회하다가, 규호가 갑자기 길바닥에 드러누우며)
- 너도 여기 누워.
뭐야, 얘가 돌았나 싶다가 누구보다 평온해 보이는 규호의 표정을 보니, 슬그머니 마음이 누그러졌다. 어차피 다 젖었는데 뭐. 나는 그냥 규호와 나란히 길에 누워버렸다. 빗줄기가 자꾸만 눈을 때려서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실수로 도화지에 물을 쏟아버린 것처럼 우글거리는 질감의 하늘. 규호와 함께 더러운 이불을 덮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규호가 눈을 감은 채 내게 말했다.
- 나 지금 너무 좋아.
- 팬티까지 다 젖었는데, 좋긴 뭐가 좋아.
- 그냥 너랑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다는 거. 그게 좋아.
(292-3)

 

- 규호와 함께했던 영원이 순간 같고, 순간이 영원 같던 시간들.

- 비 내리는 에피소드는 작가가 소설을 집필하며 무엇보다도, 어쩌면 그가 정말 겪었을 이 장면을 머릿 속에 먼저 떠올리지 않았을까?

 

 

NAVER TV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7-8화 예고편에서

내 소설 속에서 규호는 여러 번 죽었다.

죽은 상태로 내 사랑의 대상이 되고, 추억의 대상이 되고, 꿈의 대상이 되며 결국 대승으로 남는다. 내 기억 속의 규호는 언제나 완결된 상태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그렇게 규호와 나의 기억도 유리막 너머에서 안전하고 고결하게 보존된 상태로 남는다.
영영 돌인 채로.
(272-3p)

 

- 이 대목에서 소설 속 화자 영은 규호와의 가장 행복한 한 때를 그리며 그를 기억 속에서 되살리고 또 한편으로 헤어지며 기억 속에서 떠나보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소설에서 작가에게 규호의 모델이 된 누군가, 혹은 상상력의 산물인 누군가는 작가의 타이핑 아래 살고 죽고 있다.
- 그래서 작가가 그의 ‘사랑법’을 집필하며 느꼈을 행복감과 씁쓸함을 모두 상상할 수 있는 장면.
- 마지막 즈음에도 밝히듯이 글을 쓰는 것 만으로는 규호를, 그에 대한 추억 조차도 온전히 붙잡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글쓰기 조차 하지 않는다면 영의 삶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니게 될 수도 있다. 

- 온 세상이 그들을 부정하기에 영은 더욱더 자신이 살아있음을, 살아있었음을 확인시켜줄 누군가와의 기억을 필사적으로 글로 남겨 부여잡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NAVER TV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7-8화 예고편에서

(영이 자신을 방콕에 데려운 부유한 외국인 파트너 하비비에 대해 생각하며)
도대체 나를 왜 이곳에 부른 것일까. 그저 방에 들어왔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어주기를 바라서 일까. 조명을 켜놓고 방을 어질러놓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일지언정 아무 목소리라도 내줄 누구라도 필요했기 때문일까. … 그러는 나는 지금 도대체 왜 이곳에 와 있는 걸까.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마음을 가장 이해할 수 없어서, 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그의 깨진 핸드폰을 잠시 가만히 바라보았다.
불꽃놀이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깜빡 잠 든 사이에 모든 게 지나가버린 듯했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게 희미한 날들이 계속됐다.
나는 조명의 조도를 살짝 낮춘 채 방 밖으로 나왔다. 문을 닫고 나니 이상하게도 하비비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300)


- <늦은 우기의 바캉스>에서는 과거의 연인 규호와 현재의 파트너 하비비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교차된다. 하비비와 함께한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넉넉하게 지낼 수 있지만 둘은 서로에게 공허함만을 느낀다. 그래서 빈털터리에 가까웠지만 마음만은 행복으로 가득했던 규호와의 한때가 더욱 온전히 떠오를 수밖에 없다.

- 하비비가 같이 보고 싶다며 한껏 기대를 불어넣으려 한 거대한 폭죽놀이는, 마치 그들의 실체없는 만남처럼 결국 둘 다 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 장면은 규호와 함께였다면 절대 놓칠 리 없는 추억거리가 됐을 것이다. 혹은 우여곡절 끝에 그들답게 놓치고 말았을지라도 같이 낄낄거리며 마주 손을 잡고 웃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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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드라마와의 차이는 영화와의 차이에 비해서 많지 않다. 기억 나는 것은 원작의 영의 친구 무리 '티아라'의 비중이 늘었다와 몇몇 인물의 비중 및 설정 변경 정도?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나 주인공의 외모가 상당피 버프되어 있다(ㅋㅋㅋ). 나는 책을 보기 전 작가분을 잘 알고 봐서 왠지 더 몰입이 잘 되었다. 책도 보고 다른 매체도 볼 거면 가능하면 책을 먼저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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