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뷰

《군체》 평점·후기·쿠키 총정리 — 평가 갈리는 이유와 관람 전 필수 감상 포인트 3가지

miru나무 2026. 5. 30. 22:00

군체 리뷰 포스터

《군체》의 좀비는 확실히 새롭다.
다만 인간들의 면면은 결국 클리셰로 돌아온다.
그래서 《군체》는 대중에게는 시원한 극장용 오락이고, 영화팬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문제작이다.

📌 작품 기본 정보

제목: 《군체》
감독: 연상호
각본: 연상호, 최규석
출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고수 외
장르: 좀비, 액션, 스릴러, SF, 재난, 생존
상영시간: 약 122분
개봉일: 2026년 5월 21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쿠키영상: 없음
핵심 키워드: 집단지성 좀비, AI 좀비, K-좀비, 가족주의, 여성 과학자, 연상호 좀비 유니버스

🧟 간단 요약: 《군체》 볼까 말까

관객 평점: 8.5 / 10 (네이버, CGV 등 평균) 영화팬·평론가 평점: 6.0 / 10 (씨네21, TMDB 등 평균)

내 평점: 7.0 / 10 
한줄평
: 좀비물의 가능성과 K-좀비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영화

🛫 탑승각: 이런 분들께 추천
 개봉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넘긴 올해 상반기 최고 화제작을 놓치고 싶지 않은 관객
빠르고 몰아치는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
IMAX 같은 큰 상영관에서 스펙터클과 음향을 즐기고 싶은 관객
전지현·구교환·지창욱 팬, 특히 구교환의 기괴하지만 매력적인 빌런 연기를 보고 싶은 관객.

🎢 하차각: 이런 분들은 비추

✔️ 치밀한 SF 설정, 설득력 있는 인물의 동기, 깊은 캐릭터 드라마를 기대하는 관객.
✔️ 《부산행》식 가족주의와 신파에 이미 피로한 관객.
✔️ 아주 잔인한 부분은 없지만, 징그러운 좀비물에 거부감이 있는 관객.

관람 전 포인트 3가지: AI 시대의 좀비 / 한국 사회와 가족주의 / 좀비물과 여성 캐릭터

스포일러 안내: 이 글은 기본적으로 스포일러를 피한 관람 전 가이드입니다. 결말과 마지막 장면 해석은 3편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들어가며: 300만 돌파, 그런데 왜 평점은 갈릴까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개봉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군체》는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로 300만 관객을 넘겼고, 손익분기점도 이미 돌파했습니다. 극장가가 쉽지 않은 시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강력한 흥행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대중과 평론가들 간에 눈에 띄는 평점 차이입니다.

네이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처럼 실제 관람객 반응이 많이 반영되는 플랫폼에서는 대체로 8점대 이상의 호평이 많습니다. 반면 왓챠피디아, TMDB, 씨네21처럼 영화팬과 평론가의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6점대 안팎의 아쉽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군체》는 단순히 “재밌다 / 재미없다”로 나누기 어려운 영화예요.

극장에서 보면 분명 손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영화입니다. 빠르고, 크고, 소리도 세고, 좀비는 계속 새로운 짓을 합니다. 하지만 보고 나서 곱씹으면 인물의 동기, SF 설정의 깊이, 익숙한 가족주의 같은 아쉬움이 함께 올라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군체》를 볼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관람 가이드입니다. 알쓸신좀 1편에서 로메로의 쇼핑몰 좀비부터 연상호의 AI 좀비까지 《군체》의 중요한 배경지식이 될 좀비물 70년사를 훑었다면, 이번 2편에서는 더 실전적으로 다음과 같은 부분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왜 대중 평점은 높은가.
왜 영화팬과 평론가는 아쉬워하는가.
보기 전에 어떤 포인트를 알고 가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가.

 


 

1. 대중의 평점은 왜 좋을까: 빠르고, 크고, 목적이 확실하다

《군체》의 대중 평점이 좋은 이유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이 영화는 관객이 극장에서 기대하는 것을 꽤 정확하게 줍니다.

요즘 한국 극장가에서 크게 흥행하는 영화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화의 목적과 타겟층이 아주 분명하죠. 《범죄도시》 시리즈는 통쾌한 액션과 마동석표 응징을 줍니다. 《파묘》는 오컬트 미스터리의 분위기와 큰 스케일의 의식을 줍니다. 최근 화제작인 《왕과 사는 남자》나 《살목지》도 관객이 기대하는 장르적 쾌감을 확실히 밀어붙인 작품입니다.

좋은 상업영화는 관객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배신은 결말 반전이 아니라, 관객이 기대하고 온 체험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영화는 무서우러 가는 영화다”, “이 영화는 통쾌하러 가는 영화다”, “이 영화는 압도당하러 가는 영화다.” 관객은 이미 어느 정도 목적을 가지고 극장에 갑니다. 그리고 《군체》는 그 목적을 꽤 잘 압니다. 《군체》의 목표는 어렵지 않습니다.

 

큰 화면에서, 빠르게, 세게, 이상한 좀비를 보여준다.

이 목표는 상당히 잘 수행됩니다. 초반부터 사건은 빠르게 터지고, 봉쇄된 건물과 쇼핑몰이라는 공간은 관객을 가둡니다. 사람들은 뛰고, 좀비는 몰려오고, 상황은 계속 나빠집니다. 특히 IMAX 같은 큰 상영관에서 보면 어두운 복도, 비상계단, 폐쇄된 공간, 떼로 몰려드는 감염자의 움직임,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압박감이 꽤 강합니다.

물론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 보면 빈틈이 더 잘 보일 영화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에서는 그 빈틈을 속도와 소리와 물량으로 상당 부분 밀어붙입니다. 이건 장점입니다. 요즘처럼 극장에 갈 이유가 필요해진 시대에, 《군체》는 적어도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는 명분을 어느 정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식을 벗어난 좀비의 특징이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기존 좀비물에서 관객은 금방 규칙을 익힙니다. 물리면 감염된다. 머리를 노려야 한다. 소리에 반응한다. 불에 약하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잠깐 피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장르의 공략법이 생깁니다.

그런데 《군체》는 이 오랜 역사의 좀비 공략법 자체를 뒤흔듭니다. 감염자들은 단순히 달려드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인간이 무엇을 하는지 보고, 따라하고, 배우고, 무리 전체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처럼 움직입니다. 관객이 “아, 저렇게 피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영화는 곧바로 그 방법을 무효화합니다.

이 지점에서 《군체》는 확실히 쾌감이 있습니다. 좀비가 갑자기 똑똑해지는 장면은 억지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소름 끼치게 재밌습니다. 특히 “어? 지금 따라하는 거야?” 싶은 순간들이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장르적 순간입니다. 좀비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비틀어 흉내 내는 존재가 될 때 영화는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대중 플랫폼에서 좋은 평가가 나오는 건 충분히 이해됩니다. 관객이 극장에서 체험한 것은 일단 지루하지 않은 122분입니다. 빠르고, 크고, 계속 몰아치고, 배우들은 존재감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군체》는 생각하기 전에 먼저 몸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다만 바로 여기서 영화팬들의 아쉬움도 시작됩니다.


 

2. 영화팬들이 아쉬워할 만한 이유: 좀비는 새롭지만, 인간은 진부하다

《군체》를 보고 아쉬웠다는 반응은 대체로 장르적 쾌감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좀비 설정은 흥미롭다.”
“액션은 세다.”
“배우들은 좋다.”
“그런데 인물과 이야기는 왜 이렇게 얕지?”

이런 반응이 다수입니다.

저도 이쪽에 가깝습니다. 좀비물로서는 3.5점 정도 줄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F 장르로 보면 2.5점 이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집단지성, 생명공학, AI 시대의 공포라는 소재를 꺼내 들었는데, 그 장르적 깊이가 충분히 살아나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설정이 없다거나 고심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설정은 많습니다. 좀비는 진화하고, 감염자들은 연결되고, 바이러스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와 실험과 관련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설정들이 인물들의 삶과 감정 속에 충분히 녹아들기보다, 중간중간 설명처럼 지나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좋은 SF는 설정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좋은 SF는 그 설정 이전에 보이는 인간의 얼굴로 완성됩니다.

스필버그의 고전 SF들이 지금 봐도 살아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수효과는 낡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지와의 조우》에는 자기 삶을 망가뜨리면서까지 하늘의 신호를 좇는 아버지의 절박함이 있고, 《E.T.》에는 외계 생명체를 실험 대상으로 보는 어른들과 달리 그를 친구로 대하는 아이들의 외로움과 순수함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SF에서 중요한 것은 “이 설정이 얼마나 그럴듯한가”만이 아닙니다. 그 설정이 인물의 꿈, 상처, 결핍, 욕망과 얼마나 잘 붙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군체》는 이 부분에서 아쉽습니다. 인물에 대한 깊이가 없으니 행동의 개연성도 떨어집니다.

세정, 규성, 설희의 관계는 흥미로울 수 있었지만 충분히 깊어지지 않습니다. 현석이 누나 현희에게 왜 그렇게까지 집착하는지도 “가족이니까” 이상으로 크게 확장되지 않습니다. 영철은 더 아쉽습니다. 구교환의 연기와 캐릭터의 기괴함 덕분에 눈길은 가지만, 악역으로서의 동기와 감정선은 피상적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영철은 정말 좋은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집단지성 좀비라는 설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하고, 그것을 인간의 다음 단계로 믿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군체》는 그가 왜 그런 믿음에 도달했는지, 그의 아버지와 연구가 어떤 의미였는지, 과학적 경이와 광기가 어떻게 뒤섞였는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영철은 “새로운 인류”를 말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지고, 관객에게는 “또 아버지와 상처와 집착의 이야기인가?”라는 인상을 남깁니다.

 

이건 단순한 흠이 아니라, 연상호 감독의 좀비 세계가 반복해 온 너무 익숙한 문법과도 연결됩니다.

연상호의 좀비물은 늘 사회 전체를 무너뜨립니다. 《부산행》에서는 기차가 무너지고, 《서울역》에서는 도시의 안전망이 무너지고, 《반도》에서는 국가 이후의 폐허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거대한 붕괴의 끝에는 자주 가족이 있습니다. 아버지와 딸, 보호해야 할 아이, 잃어버린 가족, 갚아야 할 마음의 빚.

이런 구조는 감정적으로 강합니다. 한국 관객에게 잘 먹힙니다. 하지만 반복되면 한계도 분명해집니다. 사회 전체의 문제를 열어놓고, 마지막에는 가족이라는 사적 감정으로 닫아버리기 때문입니다.

 

《군체》도 비슷합니다. 좀비는 AI 시대의 집단지성으로 진화했지만, 인간 드라마는 여전히 가족, 부부, 남매, 아버지의 그림자 안에서 움직입니다.

그래서 영화팬이나 평론가가 아쉬워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군체》의 좀비는 새롭다.

하지만 인간은 아직 연상호 감독 본인이 만들어온 익숙한 한국형 좀비물의 규칙 안에 머문다.

그렇다면 이제 그 규칙을 조금 알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세 가지 포인트를 알고 보면, 《군체》는 단순한 좀비 액션영화가 아니라 훨씬 흥미로운 문제작으로 보입니다.

 


 

3. 관람 전 필수 감상 포인트 3가지

 

1) 연상호의 시대적 성찰: AI 시대의 집단지성 좀비

《군체》의 가장 큰 새로움은 좀비가 단순한 감염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존 좀비는 대체로 본능의 괴물이었습니다. 먹는다. 달려든다. 물어뜯는다. 번식한다. 생각하지 않고, 욕망만 남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군체》의 좀비는 다릅니다.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움직입니다. 한 개체가 배운 것을 전체가 공유하는 듯 보이고, 인간의 대응을 보고 다음 행동을 바꿉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물리면 끝난다”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것입니다.

내가 방금 이해한 규칙이 다음 순간 무효가 된다.

이건 굉장히 AI 시대적인 공포입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감각을 지금 느끼고 있습니다. 마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바둑에서 압승할 때를 떠올리게 하죠.또한  알고리즘은 나보다 내 취향을 더 빨리 파악하고, 집단의 반응은 개인의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어떤 정보는 내가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여론이 되어 돌아옵니다.

 

연상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군체》의 좀비들을 통해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집단지성의 진화와 폐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AI가 “보편적 사고의 총합”처럼 느껴졌고, 그 반대편에 인간의 개별성이 있다고 봤다는 식의 설명이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군체》의 좀비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개별성을 잃고 하나의 전체로 접속된 존재입니다.

그래서 《군체》의 좀비는 무섭습니다. 강해서가 아니라, 너무 효율적이어서 무섭습니다. 너무 빨리 배우고, 너무 빨리 공유하고, 너무 빨리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로메로의 쇼핑몰 좀비와도 다릅니다. 로메로의 좀비가 죽어서도 소비 습관을 반복하는 인간의 거울이었다면, 《군체》의 좀비는 연결과 동기화에 익숙해져 어딘가는 우리를 뛰어넘은 존재입니다.

 

2) K-좀비와 가족주의: 누가 가족이 되고, 누가 밀려나는가

K-좀비를 볼 때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누가 안에 남고, 누가 밖으로 밀려나는가?

《부산행》을 떠올려보면 쉽습니다. 기차는 빠르게 달리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도망칠 곳이 없습니다. 객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존자와 감염자가 갈립니다. 누군가를 안으로 들일 것인가, 밖으로 밀어낼 것인가. 그 순간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감염자가 아니라 문을 닫는 인간들입니다.

《서울역》은 도시의 거리와 역사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킹덤》은 역병과 권력, 궁궐과 성문의 문제를 결합합니다. 《반도》는 국가가 사라진 뒤 남은 사람들의 무법적 생존을 보여줍니다.

K-좀비는 그래서 단순히 “빠른 좀비”가 아닙니다. K-좀비는 한국 사회에 이미 만연한 속도, 경쟁, 불신, 각자도생을 좀비에 투영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특징이 있습니다.

 

K-좀비는 자꾸 가족으로 돌아갑니다.

《부산행》은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입니다. 《반도》 역시 폐허 속에서 가족과 보호의 감정을 중심에 둡니다. 《좀비딸》은 아예 감염된 딸을 가족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다룹니다. 한국 좀비물은 사회 전체의 붕괴를 다루면서도, 마지막 감정의 착지는 자주 가족입니다.

이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족은 강력한 감정 장치입니다. 관객이 가장 빨리 이해하고 가장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있습니다. 사회 전체의 문제를 열어놓고, 마지막에는 가족이라는 작은 방으로 다시 들어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해외 좀비물과 비교하면 이 특징이 더 도드라집니다. 《워킹 데드》도 물론 유사 가족과 공동체를 다루지만, 핵심은 혈연가족보다는 낯선 사람들 사이의 연대와 배신, 새로운 공동체의 규칙에 가깝습니다. 일본의 《아이 엠 어 히어로》 역시 무기력한 개인이 재난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변화하는가에 무게가 실립니다.

 

그에 비해 K-좀비, 특히 연상호의 좀비 세계는 가족의 감정이 훨씬 강합니다. 누가 내 가족인가, 누구를 끝까지 데리고 갈 것인가, 누구를 위해 희생할 것인가. 이 질문이 반복됩니다.

《군체》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시대의 집단지성 좀비라는 아주 새로운 소재를 꺼내 들었지만, 인간 쪽 서사는 여전히 부부, 남매, 아버지의 그림자 안에서 움직입니다. 세정과 규성, 설희의 관계. 현석과 현희의 남매 관계. 영철과 아버지의 관계. 모두 가족 또는 가족에 가까운 감정선에 기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체》를 볼 때는 이 질문을 가져가면 좋습니다.

좀비는 집단지성으로 진화했는데, 인간은 왜 여전히 가족 안에서 움직이는가?

이 질문을 품고 보면, 《군체》의 장점과 한계가 동시에 보입니다.

 

3) 젠더: 여성 전문가 세정과 현희, 설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군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여성 캐릭터들입니다.

기존 K-좀비물에서 여성 캐릭터는 자주 돌봄과 보호의 이미지에 놓였습니다.

임신한 여성, 지켜야 할 딸, 감염된 가족을 돌보는 보호자, 공동체를 유지하는 감정의 중심. 모든 작품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지만, 한국형 좀비 서사에는 남성이 싸우고 여성은 돌보는 구도가 반복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군체》의 권세정은 꽤 흥미롭습니다.

세정은 단순히 구출받아야 할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생명공학 교수이고, 상황을 분석해서 해결책을 내놓는 인물입니다. 감염자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좀비의 규칙을 읽으려 합니다. 좀비물이 흔히 여성 캐릭터를 “살려야 할 몸”으로 배치했다면, 《군체》는 세정을 “이해하는 머리”로 세웁니다.

현희와 설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희는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통제실과 정보를 찾고 움직이는 인물이고, 설희는 감염 확산을 막는 판단과 책임의 위치에 놓입니다. 《군체》의 여성들은 적어도 단순히 울고, 기다리고, 보호받기만 하는 인물들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너무 쉽게 “《군체》는 진보적인 여성 서사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인물들이 가진 가능성에 비해 서사가 그들을 충분히 깊게 다루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정은 흥미로운 여성 과학자이지만, 그녀의 지성과 감정이 세계관 전체를 흔드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합니다. 현희와 설희도 각자의 기능은 분명하지만, 인물로서의 복잡성은 제한적으로만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군체》는 여성 캐릭터를 기존 K-좀비보다 한 발 앞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그 한 발이 새로운 길이 되기에는 아직 조금 짧다.

이 정도의 스탠스가 가장 안전하고 정확해 보입니다. 남성 캐릭터를 깎아내리기 위해 여성 캐릭터를 칭찬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어차피 다 똑같다”라고 냉소하는 것도 아닙니다. 《군체》가 보여준 변화는 인정하되, 그 변화가 충분히 밀고 나아가지 못한 아쉬움도 같이 보는 쪽입니다.

이 포인트를 알고 보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군체》는 좀비의 진화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한국 좀비물 안에서 여성이 어떤 위치에 설 수 있는지도 조심스럽게 시험하는 영화입니다.

 


 

결론: 그래서 《군체》는 볼 만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볼 만합니다.

심지어 보고 나서 욕할 수도 있습니다. 인물이 얕다고 느낄 수도 있고, SF 설정이 아쉽다고 느낄 수도 있고, “또 가족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아쉬움이 꽤 컸습니다.

그런데도 《군체》는 지금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 한국형 좀비물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전선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부산행》이 K-좀비를 세계적인 장르로 끌어올렸다면, 《군체》는 그 좀비에게 집단지성과 AI 시대의 불안을 덧붙입니다.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논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시도 자체는 분명합니다. 이 영화는 좀비를 다시 업데이트하려 합니다.

그리고 극장용 오락으로도 충분히 강합니다. 큰 화면, 빠른 전개, 몰아치는 사운드, 기괴한 좀비의 움직임, 배우들의 존재감. 이 정도면 관객의 2시간여를 훔쳐가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러니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군체》는 명작이라기보다는 분기점입니다.
완벽한 영화라기보다는 지금 K-좀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욕하더라도, 일단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스포일러를 포함해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군체》의 집단지성 좀비는 정말 새로운가. 영철은 왜 이렇게 아쉬운 빌런이 되었나. 세정과 설희, 현희는 K-좀비의 여성 캐릭터를 얼마나 바꿨나. 그리고 이 영화의 결말은 결국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알쓸신좀 #3]에서는 《군체》의 결말과 심화 감상을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 참고자료

 


 

[《군체》와 함께 보면 좋은 글 🎬]

✔️ 제일 먼저, 《군체》 보기 전 좀비물 70년사를 훑고 싶다면? 👉 [알쓸신좀 #1] 《군체》와 함께 보는 좀비물 70년사
✔️ 좀비와는 다른 심리 스릴러 명작을 보고 싶다면? 👉 린 램지 감독의 '트라우마 3부작': 《케빈에 대하여》, 《너는 여기에 없었다》, 《다이 마이 러브》
✔️ 좀비에 지친 당신, 귀여운 '비인간'을 보고 싶다면? 👉 《환상의 마로나》, 애니메이션의 자유로 재구성한 개의 감각
✔️ 요즘 많이 시도되는 여성서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  👉 [세계 여성 서사 ①]《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 이번 달 K-드라마 흥행을 데이터로 짚어봅니다 👉 [흥행 디코딩 #2] 5월 신작 드라마 베스트 5 예측과 4월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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