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품 기본 정보
제목: 맨 끝줄 소년 (Notes from the Last Row)
공개일: 2026년 6월 26일 (넷플릭스 · 전 6부작 일시 공개)
장르: 서스펜스 드라마, 복수극(스포일러)
연출: 김규태
극본: 장명우
원작: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 희곡 《맨 끝줄 소년》(El chico de la última fila, 2006)
제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 지티스트
출연: 최민식(허문오) · 최현욱(이강) · 허준호(김수훈) · 김윤진(안은주) · 진경(조현숙) · 이진우(김세윤) 외
핵심 키워드: #맨끝줄소년 #맨끝줄소년출연진 #맨끝줄소년결말 #맨끝줄소년원작 #최민식 #최현욱 #서스펜스드라마
💡 맨 끝줄 소년 TL;DR
👉 개인 평점: ★★★★☆ (4.0/5) — 관음과 문학 사이를 능란하게 외줄타는 최민식과 줄을 흔드는 최현욱.
✔️ 사이다·도파민이 흘러넘치는 K-드라마 판에 최민식이 권하는 '문학적인 향기' — 느리지만 확실히 전해지는 긴장감, 그리고 인간의 창작욕과 윤리 사이의 경계에 대한 탐구
✔️ 최민식의 열패감으로 달리는 폭주 vs 최현욱의 읽히지 않는 침묵. 이 연기 스파링 하나만으로 6부작이 짧습니다.
✔️ 작품을 끌고 가는 질문은 단 하나 — "이강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밝혀지는 순간, 우리도 '관음'의 공모자가 됩니다.
🔮 맨 끝줄 소년, 볼까 말까
탑승 (단, 취향 갈림)
· miru 별점: ★★★★☆ (4.0 / 5) 마지막 두 대사의 절묘함 까지 치솟는 관음의 서스펜스
· 씨네21 ★★★ — "창작에 놓인 역학이 서스펜스를 만든다."
· MBC 리뷰M ★★★★☆ — "문학의 탈을 쓴 관음과 욕망, 원작을 뛰어넘은 리메이크의 정수."
판정: 탑승 · 평은 갈리지만, 대 사이다 시대에 드물게 묵직한 심리 서스펜스를 보고 싶다면
🛫 이런 분은 탑승
최민식·최현욱 연기 스파링을 보러 가는 분 / 밀도 높은 심리극·연극 원작을 좋아하는 분 / "어디까지가 진실인가"식 미스터리에 끝까지 매달릴 수 있는 분 / 주말 안에 6부작을 깔끔하게 몰아보고 싶은 분
🎢 이런 분은 신중
'사이다'와 빠른 전개를 기대하는 분 / 정적이고 문학적인 톤이 지루한 분 / 결말의 '우연' 한 방에 개연성을 깐깐하게 보는 분 / 관음과 몇몇 불편한 소재가 거북한 분
▲ 《맨 끝줄 소년》 공식 티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소년과, 그 글에 빨려드는 교수. 첫인상부터 묘하게 불온합니다.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들어가며: 사이다의 계절, 여름에 도착한 '안티테제'
올여름 K-드라마는 한마디로 '사이다의 계절'이었습니다. 《참교육》은 불량 학생과 부패한 어른들을 바로바로 응징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찍었고, 《멋진 신세계》와 《취사병 전설이 되다》도 '주인공이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응징의 쾌감'을 선사했죠. 이전에 알아본 6월 K-드라마 트렌드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드라마들 추세에 더해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역시 속 시원한 드라마가 가장 시선을 끌어들입니다.
그런데 6월 26일, 그 흐름 위로 정확히 정반대 지점에 선 작품이 도착했습니다. 최민식의 생애 첫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 최민식 본인이 한 인터뷰에서 "자극적인 도파민을 주는 작품이 아니다 ... 야심한 시각에 좋아하는 책을 한 페이지씩 조용히 읽어나가는 기분으로" 감상해달라고 권장했을 정도예요. 사이다 시장 한복판에 던진 웰메이드 심리 서스펜스 — 이것이 이 작품의 지향점입니다.
《우리들의 블루스》 · 《아이리스》의 PD와 최민식, 최현욱이 손잡고 야심차게 만든 이 드라마가 그 목적을 이뤘을까요?
결말까지 본 감상으로, 이 작품은 《참교육》 같은 시원한 맛은 없지만, 그에 못지 않게 끝까지 제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 힘은 도파민은 물론 반전의 쾌감도 아닙니다. "강의실 맨 끝줄 소년 이강의 말은, 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 오직 이 하나의 질문이에요. 오늘 디코딩에서는 두 배우의 연기 스파링, '서스펜스 드라마'라는 장르의 정체, 그리고 원작과 결말의 진실 구조까지, 이 유행을 거스르는 미스터리극의 정체를 하나씩 벗겨보겠습니다.

1. 최민식의 열패감, 최현욱의 침묵 — 두 연기가 부딪치는 자리
《맨 끝줄 소년》의 줄거리는 단출합니다.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최민식)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공대 학부생 '이강'(최현욱)의 글에서 섬뜩한 재능을 발견하고 그에게 비밀 문학 수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강이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 김세윤(이진우)의 가족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 '취재'가 점점 선을 넘으면서 이야기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죠.
먼저 최민식입니다. 《카지노》 이후 약 3년 만의 드라마 복귀이자 첫 넷플릭스 출연인데요, 그가 맡은 허문오는 20년 전 단 한 편의 소설을 낸 뒤 새 글을 쓰지 못하는, 신경질적이고 퉁명스러운 교수입니다. 한마디로 '찌질한' 인물이에요. 천만 배우 최민식은 왜 《명량》의 이순신도 《악마를 보았다》의 사이코 살인마도 아닌, 한낱 열등감에 절어있는 범부(凡夫) 역할을 맡았을까요? 이를 통해 완성한 "문학적 향기가 나는 작품"이라는 선택은, 도파민과 사이다가 흘러넘치는 요즘 한국 드라마 판에서 꽤 용기 있게 들립니다.
그 맞은편에 최현욱이 있습니다. 저는 최현욱이 늘 그런 배우였습니다 — 학창 시절,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던 친구 같은. 별생각 없어 보이다가도 곧잘 좋은 성적을 받아오고, 유유자적해 보이는데 뭔가를 해내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문지웅에서도, 《약한영웅 Class 1》의 안수호에서도 그는 공부 못하고 건들거리지만 정 있고 자기만의 뚜렷한 관점이 있는 호감형으로 등장했죠.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실제 현장에서 데려온 사람이 된 듯 본능적으로 자연스러운 연기였습니다.
📝 miru의 메모 — 최현욱은 '내추럴'이다. 저는 그가 뒤에서 연기 기술을 갈고닦는 타입일지, 정말 감각적인 천재일지 늘 궁금했어요. 그 답이 뜻밖에 예능 《방과후 태리쌤》에서 풀렸습니다. 김태리가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 애쓸 때, 최현욱은 틈만 나면 농땡이 피우는 얌체처럼 비쳤거든요(물론 김태리가 교육에 부담을 느끼고 다소 완벽을 기한 탓도 있겠죠. 같이 일하다 보면 흔히 있는 일입니다). 두 배우의 성격이 투명하게 보이는 고마운 예능이었고, 그걸 본 뒤로 저는 최현욱의 연기는 무조건 '내추럴'이라고 믿게 됐습니다.
그 의뭉스러운 스타일이 이번 작품에서 완벽하게 들어맞습니다. 이강은 순진해 보이는 마스크와 (작중 진위가 의심되는) 불행한 가족사로 동정심을 자아내는 인물인데, 동시에 허문오의 성격과 사연을 완벽히 꿰뚫은 듯 접근해 그를 이용하죠. 속내를 끝까지 드러내지 않는 그 얼굴이, 바로 이 작품의 긴장을 떠받칩니다. 최현욱 본인도 인터뷰에서 "이강이 쉽게 읽히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했다, 의도를 드러내기보다 여백을 남기려 했다"고 밝혔는데, 정확히 그 '여백'이 품은 비밀이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 갑니다.
여기에 허준호가 허문오의 대학 동기이자 성공한 스타 작가 '김수훈'으로 또 다른 축을 단단히 받칩니다. 허문오가 평생 남몰래 동경하고 질투한, 그에게 열패감을 안긴 일방적 라이벌이죠. 참고로 최민식과 허준호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이후 7년 만의 재회, 안은주 역의 김윤진과 최민식은 무려 《쉬리》 이후 27년 만의 재회입니다. 그야말로 마스터클래스 라인업이에요.
아래 쇼츠를 보시면 두 주연의 상반된 연기 결이 단번에 느껴집니다. 묵직하게 열정과 광기 사이를 외줄타는 최민식과, 무구한 얼굴로 살랑살랑 줄을 흔드는 최현욱 사이의 긴장감을 보세요!
▲ 베테랑의 무게감과 라이징 스타의 재치가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사실 스승과 제자 구도라, 처음엔 최민식의 전작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떠오릅니다.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에게 풀이의 길을 가르쳐주던 그 따뜻한 멘토 영화 말이죠. 그런데 《맨 끝줄 소년》은 그 구도를 정확히 뒤집습니다. 여기서 제자는 스승에게 배우러 온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이, 6부작 내내 풀리지 않는 질문 — "이강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 으로 이어집니다. 다행히 이 질문은 답답함보다 흥미를 더해가는 쪽이에요. 그 답은 글 뒤쪽 결말 파트에서 풀어보겠습니다.

2. '서스펜스 드라마', 탄산 없이 쾌감을 주는 법
《맨 끝줄 소년》은 포스터에서부터 장르를 '서스펜스 드라마'로 내세웁니다. 홍보 문구에도 '서스펜스'가 빠지지 않죠. 그런데 가만 보면 이 장르명, 묘하게 역설적입니다. '소란한 정적', '격정의 침묵'처럼 상반된 두 단어가 붙어 있는 느낌이랄까요. 제작진은 나름의 복안이 있어 보입니다.
1) 서스펜스란 무엇인가 — 히치콕의 '탁자 밑 폭탄'
스릴러는 전통적인 추리물의 '이성적 추리의 쾌감'보다 감정과 감각의 극대화에 초점을 둡니다. 우리는 범죄와 위기를 보면서 평소라면 불쾌했을 불안·공포·긴장에서 묘하게 쾌감을 느끼고, 그 "쾌락적인 불쾌(pleasurably unpleasurable)"에서 결국 해방되며 또 한 번 쾌감을 느끼죠.
이걸 가능하게 하는 장치가 서스펜스입니다. '서스펜스의 대가' 히치콕은 이를 "관객이 인물의 위험을 알 때 생기는 불안감"이라 정의했는데, 그 유명한 '탁자 밑 폭탄' 비유가 핵심이에요. 인물들도 모르던 폭탄이 갑자기 터지면 관객은 15초의 놀라움(Surprise)을 느낄 뿐입니다. 하지만 15분 뒤 터진다는 걸 관객만 아는 채로 인물들이 태평하게 수다 떠는 걸 지켜보면, 그 시시한 수다 전체가 '서스펜스 상황'이 됩니다.
이 긴장이 작동하려면 '서스펜스의 3요소' — 연민·미지(未知)·지연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 연민(공감 가능한 인물): 위험에 처한 인물에게 무관심하면 관객은 긴장하지 않습니다. 《맨 끝줄 소년》에서 선역과 악역,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는 모호합니다. 하지만 이강은 순진한 마스크와 불행한 가족사로 동정심을 유발하고, 허문오도 창작에 대한 집념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 미지(위험과 불확실성): 평온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수록 긴장이 오릅니다. 이강의 읽히지 않는 얼굴이 바로 이 '미지' 그 자체예요. 그가 쓴 글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끝까지 알 수 없습니다.
- 지연(해결의 지연): 단서와 선택이 해결을 늦출수록 불안은 더 강하게, 더 오래 갑니다. 이 작품은 "이강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가"를 마지막 화까지 미루고 또 미룹니다.
엄밀히 말해 서스펜스는 연출 기법이고, 이 작품의 메인 장르는 (서스펜스 기법을 사용하는) 심리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굳이 '서스펜스 드라마'를 전면에 내건 건, 문제가 생겨도 재빨리 극복하며 '해결'에서 쾌감을 주는 요즘 스릴러와 선을 긋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긴 호흡으로 불안을 고조시키며 조금씩 조여드는 맛 — 사이다의 정반대를 파고들겠다는 선언이죠.
2) 그리고 '관음' — 우리는 왜 끝까지 보게 되는가
평단이 이 작품을 두고 공통적으로 던진 화두가 있습니다. "문학인가, 관음인가." 넷플릭스 공식 소개조차 키워드로 '관음과 욕망'을 답니다.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의 구조 자체가 관음의 중첩이에요. 이강은 글을 쓴다는 명분으로 친구 가족의 사생활을 관찰(엿보기)하고, 허문오는 그 글에 병적으로 빠져들어 이강의 관음을 다시 관음하며, 그리고 우리 시청자는 그 둘을 또 지켜봅니다.
저는 예전에 누아르 스릴러들을 정리하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누아르는 관객을 '피 튀기는 오락의 소비자'에 머물게 두지 않고, 불편한 진실의 목격자이자 공모자로 끌어들인다고요. 《맨 끝줄 소년》이 정확히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강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일까"가 궁금해서 다음 화를 누릅니다. 그런데 그 궁금증 자체가 이미 관음의 욕망이에요. 타인의 비밀을, 그 진위를, 끝까지 엿보고 싶다는 마음. 작품이 끝나고 나면 통쾌함이 아니라 찝찝함이 남는데, 그 찝찝함이 바로 이 드라마가 노린 지점입니다. 우리는 누구를 비난할 자격이 있었나, 하는.

3. 스페인 희곡에서 연서대 강의실까지 — 원작 계보
《맨 끝줄 소년》의 원작은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가 2006년 발표한 동명 희곡 《El chico de la última fila》입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연극의 언어'로 태어났어요. 압축된 대사, 인물 간 심리의 팽팽한 줄다리기 — 최민식이 말한 '문학적 향기'의 출처가 여기죠.
흥미로운 건 이 희곡이 이미 여러 번 변주됐다는 점입니다. 프랑스 거장 프랑수아 오종(François Ozon)이 2012년 《인 더 하우스(Dans la maison)》라는 영화로 옮겼고, 한국 무대에서는 201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초연 이후 여러 시즌을 거치며 두꺼운 팬층을 쌓아왔습니다. '맨 끝줄 소년 연극'을 검색하면 나오는 그 작품이에요. 즉 넷플릭스 드라마는 희곡 → 프랑스 영화 → 한국 연극 → 글로벌 시리즈로 이어지는 계보의 가장 최신 버전인 셈입니다.
원작의 긴장감과 압축적 대사 구조는 그대로 살리되, 한국의 시대상과 문학적 토양에 맞춰 리메이크된 것이 특징입니다. 리메이크의 핵심은 '관음과 욕망'을 영상 매체로 더 선명하게 재해석한 점이라고 하는데, 앞서 본 '관음의 중첩' 구조가 바로 그 결과물이죠. 연출은 인간 내면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온 김규태 감독(《괜찮아, 사랑이야》 《우리들의 블루스》 넷플릭스 《트렁크》), 극본은 영화 각색 전문가 장명우 작가가 맡았습니다.
⚠️ 이하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4. 어디까지가 진실이었나 — 결말 해석 (스포일러)
결말 직전까지 "이강의 말은 어디까지 진실인가"하는 비밀은 조금도 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결말에 이르러 작품 전체를 뒤집는 방식으로 도착하죠.
결론부터 말하면, 이강의 속셈은 허문오에 대한 복수입니다. 그는 8살, 보육원에 있던 시절 허문오에게 자신의 가정사를 털어놓은 적이 있었어요. 어린 이강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에게 감동받았죠. 그런데 아내의 업무 차 함께 왔을 뿐이었던 허문오는 알고 보니 그저 '사연 있어 보이는 아이의 이야기를 취재차 들어봤을 뿐'이었고, 심지어 그 이야기를 아내 현숙에게 "구질구질한 이야기"라고 뒷담화합니다. 이걸 이강이 듣게 돼요.
그때부터 이강의 모든 것은 오직 허문오를 향한 복수가 됩니다. 그는 복수심 하나로 허문오가 있는 연서대학교에 입학해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하죠.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 — 이강이 쓴 이야기 대부분이 허구였다는 것입니다.
이 반전은 김수훈(허준호)이라는 인물을 통해 가장 극적으로 작동합니다. 극 중반까지 우리는 김수훈을 한 달에 서너 번씩 호텔 스위트룸에서 가정부 선민희와 불륜을 저지르고, 그 입막음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 막장 인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 이강이 허문오의 머릿속에 심은 허구였어요.
진실은 이렇습니다. 가정부 선민희라는 존재는 애초에 없었어요. 이강은 김수훈에게 출판사 모임이 있다는 핑계로 허문오를 호텔 앞으로 불러냈고, 마침 그 앞에서 사고가 났을 뿐이며, 사고를 당한 건 함께 있던 출판사 직원이었습니다. 이강은 이 우연한 장면을 "김수훈이 불륜을 저지르고 가정부를 죽여 입막음했다"는 이야기로 허문오가 상상하도록 만든 겁니다. 별달리 많은 일을 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사고 현장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민희 누나예요"라고 한 마디 했을 뿐입니다. 결국 허문오는 질투하던 수훈을 입막음을 위해 가족까지 헤치는 살인자로 오해하고, 그 망상에 따라 행동하다가 이혼당하고 학교에서도 쫓겨나며 파멸합니다. 김수훈의 막장 행보는 전부 거짓이었고, 그는 아마 참된 작가였던 거죠.
📝 miru의 한 가지 의문 — '지나친 우연'. 솔직히 짚고 싶은 빈틈이 하나 있습니다. 그 호텔 앞 사고가 이강이 설계한 게 아니라 진짜 우연이었다면, "출판사 모임 때문에 허문오를 호텔 앞으로 불렀는데 마침 거기서 사고가 났다"는 게 되거든요. 이건 좀 과한 우연 아닐까요? 작가가 결정적인 장면을 위해 이 부분에서는 지나친 우연에 기댄 것 같습니다. 이강의 치밀한 설계가 매력인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한 방이 우연에 빚지고 있다는 건 분명 아쉬운 지점이에요.
그럼에도 이 결말이 통하는 건, 앞에서 본 '서스펜스 3요소'를 정확히 회수하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읽히지 않던' 이강의 얼굴 = 미지, 마지막 화까지 미뤄진 진실 = 지연, 그리고 알고 보니 우리가 동정했던 소년이 흑막이었다는 = 연민의 배신. 무엇보다 무서운 건, '어디까지가 진실인가'에 매달려 다음 화를 누른 우리 자신이 곧 허문오였다는 점입니다. 타인의 비밀을 엿보고 싶다는 그 욕망이, 결국 우리를 관음의 공모자로 만든 거죠.
참고로 원작 희곡의 결말은 조금 더 직접적입니다. 소년이 스승의 집과 아내까지 관찰의 영역에 끌어들이면서, 스승이 직장과 가정을 모두 잃고 '소년의 문장 안에 영원히 갇히는' 파멸로 끝나죠. 드라마판은 여기에 '어린 시절의 상처와 복수'라는 동기를 더해, 관음의 가해/피해 구도를 한층 입체적으로 비튼 셈입니다.
마치며 — 사이다의 계절에, 묵직한 한 편
《맨 끝줄 소년》은 6월의 4강이 모두 '사이다'였던 자리에, 정확히 그 반대의 묵직함으로 나란히 선 작품입니다. 빠른 응징도, 시원한 한 방도 없습니다. 대신 최민식의 무게감과 최현욱의 본능적인 무구함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긴 긴장, 그리고 끝까지 풀리지 않는 진실의 줄다리기가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작품이 흥행에 성공해서 K-드라마의 다양성에 기여하길 바랍니다. 도파민과 사이다만 흘러넘치는 판에서, "문학적 향기가 나는 작품"을 첫 넷플릭스 나들이로 고른 최민식의 선택이 결실을 이루었으면 해요. 저에게는 꽤나 만족스런 작품이었고, 특히 《맨 끝줄 소년》은 최민식의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서보다도 최현욱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연기 인생에 찍힌 주요한 전환점으로 더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완주하고 나니, 제 메모엔 딱 한 줄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두 대사가 미쳤다." 그게 무슨 대사인지는 — 직접 확인하시길. 다 보고 나면, 보고 싶어지는 영화도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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